시진핑, 푸틴, 하메네이: 독재자들의 3각 동맹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핵심 요약
- 배경: 2010년대 이후 중국·러시아·이란 3국에서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되며 ‘세계적 독재화’가 진행 중이다.
- 현황: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군사·경제·외교 전 방면에서 권위주의 국가 간 연대가 심화되고 있다.
- 전망: 이들의 협력은 북한을 포함한 ‘불량국가’들에게 제재 무력화의 본보기가 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협한다.
왜 독재자들은 손을 잡았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20일 전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은 시진핑과 만나 “제약 없는 협력”을 선언했다. 이 만남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묵인을 얻어낸 자리였고, 서방 제재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합의의 장이었다.
같은 해 7월, 푸틴은 이란을 방문해 하메네이와 회견했다. 85세의 이란 최고지도자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방적”이었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그리고 이란은 자폭 드론 ‘샤헤드’를 러시아에 무제한 공급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체제, 다른 역사, 다른 이념을 가진 세 나라가 왜 이토록 긴밀해진 것일까?
내부의 독재화가 외부의 연대를 낳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세계적 독재화 과정(autocratization as a global process)’의 일환으로 본다. 핵심은 이것이다: 독재자들이 국내에서 권력을 강화할수록, 서방의 비판과 제재에 노출되고, 그 결과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끼리 뭉치게 된다.
시진핑: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10년간 440명의 고위 간부를 ‘반부패’ 명목으로 숙청했다. 경쟁 파벌을 무력화하고, 2018년 헌법을 개정해 3연임 제한을 없앴다.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7석 전원을 측근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웠다. 덩샤오핑 이후 40년간 이어진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푸틴: 스탈린을 넘어서는 장기집권
푸틴은 2020년 헌법 개정으로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졌다. 스탈린의 30년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독살 시도 후 투옥되었다가 2024년 옥중 사망했다.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해산당했고, 반전시위 참가자 1만 3천 명이 연행됐다.
하메네이: 35년의 신정 독재
1989년부터 이란을 통치해온 하메네이는 선거 개입, 국가기관 직접 통제, 자유화 시위 강경 진압으로 권력을 공고화했다. 2022년 히잡 시위 때는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경제난 속에서도 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서방 제재를 뚫는 ‘우회로’
이들의 연대는 구체적인 실익을 낳고 있다.
경제적 우회로: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 금융제재로 SWIFT 사용이 어려워지자, 자체 금융거래 시스템(SPFS, SEPAM)을 연동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해 이란 원유를 수입한다.
군사적 협력: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을 공급하고, 러시아는 전장에서 노획한 미제·NATO산 무기를 이란에 넘긴다. 2019년부터 3국 해상연합훈련이 연례화되었다.
외교적 공조: UN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주권존중·내정불간섭을 명분으로 서방을 견제한다. 2023년 중국이 중재한 이란-사우디 복교는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 약화의 신호탄이었다.
State-building 관점: 4대 행위자 분석
국가건설(State-building)의 관점에서 보면, 이 현상은 단순한 국제정치가 아니다.
- 정치 리더십: 세 독재자 모두 국내 위기(경제난, 정치적 도전)를 외부의 적을 상정해 돌파하려 한다.
- 관료 기구: 정보기관과 군부가 지도자 1인에게 충성하며 탄압 도구가 되었다.
- 사회 세력: 시민사회는 와해되거나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 외국: 서방의 제재가 오히려 권위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역설이 발생했다.
한반도에 주는 함의
이 연대가 강화될수록 대북제재의 효과는 약해진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공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 대가로 식량, 에너지, 첨단 군사기술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메시지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맞서도 정권은 유지된다”는 신호가 북한에 전달되고 있다. 제재의 신뢰성이 흔들릴 때,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도 약해진다.
3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1: 연대의 균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중국은 ‘2등 파트너’ 취급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와 갈등할 수 있다. 이란 역시 하메네이 사후 권력 공백이 생기면 대외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시나리오 2: 느슨한 공존 지속
명확한 동맹 조약 없이 상황에 따라 협력하는 현 체제가 유지된다. 서방의 제재는 계속되지만 완전히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시나리오 3: ‘반(反)서방 축’의 제도화
3국 협력이 SCO나 BRICS를 매개로 제도화되고, 북한·벨라루스·베네수엘라 등이 합류하며 ‘권위주의 국제연대’가 공고화된다.
결론: 독재자들의 연대는 우연이 아니다
“양국 간 협력에는 제약이 없다(兩國合作没有禁區).”
2022년 시진핑-푸틴 공동성명의 이 문구는 수사가 아니었다. 내부의 독재화가 외부의 연대를 낳고, 그 연대가 다시 독재를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작동하고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미래는 이 순환을 어떻게 끊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참고문헌:
- Lars Rensmann, “Autocratization as a Global Process?” (2024)
- Angela Stent, “Russia and China: Axis of Revisionists?” Brookings (2020)
- Daniel Byman & Seth G. Jones, “Legion of Doom?” Survival (2024)
- 조영남, “중국 시진핑 시기의 정치변화 분석과 평가” (2023)
- 장세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분석과 전망” INS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