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이란? 미중 전쟁 불가피론의 진실과 오해

미중 전쟁은 불가피한가: 투키디데스 함정의 진실과 오해

개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 것은 아테네의 성장과 그것이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었다.”

2,400년이 지난 오늘, 이 문장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비유가 되었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명명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다. 떠오르는 강대국(중국)과 기존 패권국(미국)이 충돌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인가?

이 글에서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비유가 어디서 왔고, 어떤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으며, 왜 비판받는지 살펴본다.

역사적 배경: 아테네와 스파르타

당시 상황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을 이끌며 급성장했다. 해군력과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아테네는 점차 제국적 야망을 드러냈다. 반면 육군 강국 스파르타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맹주로서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 했다.

두 세력의 긴장은 결국 기원전 431년 전쟁으로 폭발했다. 27년간 이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재앙이었다. 아테네는 패배했고, 승자 스파르타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투키디데스의 분석

아테네 출신 장군이자 역사가였던 투키디데스는 전쟁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파악했다. 떠오르는 세력이 기존 세력을 위협하면, 전자에는 오만(hubris)이, 후자에는 편집증(paranoia)이 생긴다. 이 심리적 역학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적 적용: 미국과 중국

앨리슨의 ‘투키디데스 함정’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앨리슨 교수는 2015년 아틀란틱(The Atlantic)지 기고와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통해 이 개념을 대중화했다. 그의 벨퍼센터 연구팀은 지난 500년간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한 16개 사례를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6번 중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

앨리슨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역사상 가장 위험한 구조적 긴장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 제언

앨리슨과 그의 동료들은 미국에 다음을 권고한다:

  1. 핵심 이익 우선순위 설정: 모든 것에 개입하려 하지 말고,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
  2. 상대의 논리 이해: 중국 행동의 근본 동기를 파악하라. 단순히 ‘악의’로 해석하지 말라.
  3. 예측 가능성 유지: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 오판을 줄여라.
  4. 국내 문제 해결: 쇠퇴하는 민주주의,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라.

무어(Moore) 같은 학자는 덧붙인다: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보장하라.

비판: 역사적 비유의 한계

비판 1: 역사적 부적절성

과연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구조적 힘의 이동’ 때문에 일어났을까? 많은 고대사학자들은 아테네의 제국주의적 팽창, 특히 동맹국들에 대한 착취와 강압이 전쟁을 촉발했다고 본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성장’ 자체보다 그 공격적 행태에 반응한 것이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이렇게 지적한다: “아테네의 힘이 아니라 아테네의 정책이 문제였다.”

비판 2: 현실적 부적절성

중국은 아테네가 아니다. 아테네는 해양 민주국가였고, 중국은 대륙 권위주의 국가다. 아테네의 제국은 동맹국 착취에 기반했지만, 중국의 부상은 세계 경제와의 통합에 기반한다.

미국은 스파르타가 아니다. 스파르타는 폐쇄적 육군국가였고, 미국은 개방적 해양·항공 강국이다. 스파르타는 경제적 쇠퇴 중이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다.

핵무기의 존재. 가장 결정적 차이다. 상호확증파괴(MAD)의 시대에 강대국 간 전면전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판 3: 비유의 위험성

역사적 비유는 정책을 오도할 수 있다. 슈웰러(Schweller)는 현재 상황이 “역사적 비유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세계”라고 주장한다. 경제적 상호의존, 정보혁명, 핵 억지력의 조합은 과거 어느 시대와도 다르다.

State-building 관점의 분석

투키디데스 함정 논쟁은 국가건설(State-building)의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 정치 리더십: 시진핑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인식과 선택이 구조적 압력을 어떻게 증폭 또는 완화하는가?
  • 관료 기구: 군부, 외교부, 정보기관의 관료적 이해관계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사회 세력: 양국의 민족주의 여론이 지도부의 선택 폭을 어떻게 제한하는가?
  • 국제 환경: 동맹국들(한국, 일본, 대만 vs. 러시아, 북한)의 역할은 무엇인가?

구조적 긴장이 존재하더라도,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대적 함의: 한반도에서 바라보기

한국은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 논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1. 구조적 긴장은 실재한다. 미중 갈등이 단순히 지도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2. 그러나 전쟁은 필연이 아니다. 냉전기 미소 관계가 보여주듯, 핵시대에 강대국들은 ‘뜨거운 전쟁’을 회피할 유인이 크다.
  3. 한국의 선택 공간은 존재한다. 중견국으로서 양측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를 촉진할 역할이 있다.

마무리: 역사는 운명이 아니다

연표:

BC 431년 -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BC 404년 - 아테네 항복, 전쟁 종결
2012년 - 시진핑 집권, 미중 긴장 본격화
2015년 - 앨리슨 '투키디데스 함정' 개념 대중화
2017년 - 『예정된 전쟁』 출간
2018년 - 미중 무역전쟁 시작

투키디데스 함정은 강력한 경고다. 떠오르는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의 긴장은 역사적으로 위험했다. 그러나 비유를 운명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투키디데스 자신도 전쟁이 ‘불가피’했다고만 말한 것이 아니다. 그는 어리석은 정치인들, 오만한 제국주의,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재앙을 불렀다고 기록했다. 구조가 아니라 선택이 역사를 만든다.

미국과 중국이 펠로폰네소스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지는, 양측 지도자들과 시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이 선택의 결과는 운명적이다.


💡 수업 활용 TIP

  • 앨리슨의 16개 사례 분석표를 학생들과 함께 검토하며, 전쟁으로 끝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점 토론
  • “역사적 비유의 유용성과 한계”를 주제로 토론 수업 진행
  • 현재 미중 관계를 아테네-스파르타, 영국-독일(1차대전), 미소 냉전과 비교하는 모둠 활동

📚 추천 자료

  • Graham Allison,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2017)
  • Joseph Nye, “The Kindleberger Trap,” Project Syndicate (2017)
  • Richard Ned Lebow & Benjamin Valentino, “Lost in Transition: A Critical Analysis of Power Transition Theory,” International Relations (2009)
  •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천병희 역,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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